훤데이│여진구 “성대한 첫사랑을 꿈꾸고 있어요”

March 28, 2012 | Source: 10 Asia

어두운 벽에 기대 무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여진구. 햇살이 비치는 카페테라스에 기댄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여진구. 분명 똑같은 파란색 트렌치코트 차림이지만 사뭇 다른 분위기다. MBC <해를 품은 달>의 왕세자 훤과 QTV < I’m Real 여진구 in Italy >의 열여섯 여진구를 번갈아보는 느낌이 바로 이런 걸까. 마음에 품은 연우(김유정)에게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한 채 그 아이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해를 품은 달>의 훤에서, 이탈리아 한복판에서 젤라또 아이스크림 하나에 입이 귀에 걸린 중학교 3학년으로 돌아온 여진구는 여전히 ‘엄마 미소’를 부르는 소년이었다. “연기를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던 <해를 품은 달>에 대해 이야기할 때조차 “으하하하” 호탕한 웃음소리를 숨기지 못했다. 아직까지 “첫사랑에 대한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지만” 나중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참 남자다운” 쿨한 어른이 되고 싶은 전교부회장 여진구와의 흐뭇한 대화를 옮긴다.

*또 한 명의 훤, 김수현과의 인터뷰도 이어집니다

< I’m Real 여진구 in Italy >의 여행지를 직접 정했다고 들었는데, 왜 이탈리아에 가고 싶었어요?
여진구: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 유적지가 나오면 항상 콜로세움 같은 이탈리아 유적지가 포함돼 있었어요. 사진으로만 보던 유적지를 실제로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주변에서 이탈리아에 대해 많이 들으니까 굉장히 가까운 나라처럼 느껴지는데 또 그렇지가 않잖아요. 제가 가보고 싶은 나라로 첫 여행을 가게 돼서 좋았어요.

열여섯 살에 혼자 여행을 가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여진구:
당연히 스무 살 넘어서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빨리 하게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으하하.

“전 딱 봐도 중학생인 것 같진 않잖아요”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배우 여진구가 아니라 열여섯 살 여진구의 모습이 많이 보였어요. 길도 많이 헤매고 가방도 잃어버릴 뻔했잖아요. (웃음)
여진구:
제가 그 정도 일 줄은 몰랐어요. 항상 엄마나 매니저 형이랑 같이 다니니까 길 찾는 것도 어려워 보이지 않는 거예요. 어른스럽게 여행을 잘하는 아이처럼 나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내레이션 녹음을 할 때 편집본을 봤거든요. 제가 막 “어? 여기 어디지?” 이러고 있더라고요. 지도를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건지 모르겠고.

혹시 ‘<해를 품은 달>의 이훤으로 쌓은 멋있는 이미지가 무너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안됐어요?
여진구:
TV에 나오는 사람들한테 갖고 있는 환상 같은 게 있잖아요. 이렇게 허당 같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부담이 덜 될 것 같았어요. 여진구가 아직 많이 어리구나, 라고 생각하실 거 아니에요. 진짜 여진구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편집하고 싶은 장면도 없었어요.

사람들이 배우 여진구에 대해 어떤 환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여진구:
공부를 굉장히 잘 한다든가 (웃음) 아니면 뭐든지 다 잘할 것 같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사실 전 그렇지 않거든요. 분명히 못하는 게 있고 실수도 많이 하고. ‘역시 얘는 이런 것도 잘하는 구나’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어떡하지? 살짝 틀린데?’라고 생각해요. 하하.

또래 배우들처럼 마냥 귀여운 느낌보다 30대 누나 팬들조차 ‘오빠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어른스러운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게 비춰지는 게 아닐까요?
여진구:
제가 생각해도 제 얼굴이 그렇게 동안이 아니에요. 딱 봐도 중학생인 것 같진 않잖아요. 한 고1이나 고2 정도로 보이는데, 거기다 목소리까지 성숙하다보니까 많은 분들이 어른스럽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근데 목소리가… 좀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친구들을 부르면 잘 못 들어요. 가끔 친구들이 저한테 목소리 깔지 말라고 놀려요. 원래 이런 건데…

<해를 품은 달>의 김도훈 감독도 진구 군을 캐스팅할 때 “이 어린 배우에게 마음을 뺏기는 게 맞는 건가라고 헷갈릴 수 있는 캐스팅”을 노렸다고 하시더라고요.
여진구:
대본 리딩을 할 땐 그런 생각을 못했어요. 제 귀에 들리는 목소리와 실제 목소리가 다르니까 제 목소리가 얼마나 낮은지 모르는데, 감독님은 계속 괜찮다고 말씀해주셔서 뭔가 좀 불안한 장면들이 있었어요. 그래도 감독님을 믿고 감독님이 좋다고 하시면 “아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하고 그대로 연기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어요.

어렸을 때 눈물 연기를 할 땐 일부러 슬픈 상상을 했는데 이번에는 진짜 연우와 훤의 상황에 몰입했다고 들었어요.
여진구:
그렇게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좀 신기했어요. 어렸을 땐 좀 더 자극적인 상상이 필요해서 부모님과 관련된, 정말 해서는 안 될 상상을 하면서 감정을 잡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대본을 가지고 감정을 잡아도 되는구나, 이 역할에 몰입을 하면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부모님한테 죄송한 마음이 많이 없어졌어요. (웃음)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연기적으로 한 걸음 더 진화한 것 같아요.

“<건축학개론> 같은 영화를 찍어보고 싶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남다른 각오를 하고 들어갔나 봐요.
여진구:
처음에는 평소에 하던 것처럼 훤을 연기하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제 연기 톤이 잡혀있더라고요. 그동안 제가 좀 강한 역할을 많이 맡다보니까 세자에 어울리지 않는 무사 톤이 나왔어요. 세자는 차분하고 근엄해야 되는데 제가 자꾸 사납고 날아다니는 톤으로 대본을 읽으니까 감독님께서 저를 부르셔서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연기를 아예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모든 걸 처음부터 쌓아나갔고, 예전 작품보다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상대배우 유정 양과 애틋한 감정 연기를 했던 건 어땠어요? 아무래도 드라마 초반에는 어린 훤과 연우의 로맨스가 중심축이었는데.
여진구:
로맨스에 몰입하는 게 어려웠어요. 첫사랑에 대한 감정을 아직 느껴보지 못해서 이게 뭔지 헷갈리고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아셨는지 감독님이 찾아와 주시더라고요. 형선(정은표) 선생님도 옆에서 많은 얘길 해주셨어요.

어떤 얘기를요?
여진구:
선생님의 첫사랑 얘기? 하하. 그 때는 이런 느낌이었다고. 선생님이 그 순간의 표정까지 직접 지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막연하게나마 첫사랑에 대한 환상이나 로망 같은 게 있어요?
여진구:
남들보다 좀 화려한 것 같아요. 뭔가 막, 공원을 빌려서 좋아하는 여자를 가운데에 앉혀놓고 프러포즈를 하는 상상을 하고 있는데, 이게 제 생각에는 감독님들과 선생님들 때문인 것 같아요. 하하.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들의 첫사랑 얘기를 들으니까 저도 모르게 성대한 첫사랑을 꿈꾸고 있어요.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됐을 때 로맨스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면, 어떤 영화를 찍고 싶어요?
여진구:
성인이 된 이후에 이런 저런 경험을 하고 감정을 쌓게 되면 정말 달달한 영화를 찍어보고 싶어요. 요즘 개봉한 영화로 치면 <건축학개론>이요.

아니 <건축학개론>은 15년 전 스무 살 때 첫사랑을 경험한 이야기인데 그걸 이해했단 말이에요? (웃음)
여진구:
사실 잘 모르죠. 삼촌이나 이모 세대의 영화 같더라고요. 근데 이제훈 형과 수지 누나는 뭔가 아는 것처럼 보여서 저게 어떤 느낌일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봤어요.

SBS <자이언트> 끝나고 했던 인터뷰에서 ‘마의 16세’가 걱정된다고 했는데, 진짜 16살이 된 본인을 평가해본다면 어때요?
여진구:
아직 크고 있는 중이라 ‘마의 16세’ 위기를 잘 넘긴 건지 장담은 못하겠어요.

키는 원하는 만큼 크고 있어요?
여진구:
꾸준히 크고 있습니다. <자이언트> 때보다 한 12cm 정도 컸는데 앞으로 딱 그만큼만 더 컸으면 좋겠어요.

새 학기가 시작됐는데 같은 반 친구들과는 많이 친해졌어요?
여진구:
원래 다 알고 있던 사이에요. 저는 뭐, 3학년 전체가 친구니까요. (웃음)

그래서 전교 부회장에 떡하니 당선된 거군요!
여진구:
원래 출마할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전교 회장이 된 친구가 저한테 제안을 했어요. 선거에 같이 나갈 친구가 필요한데 널 생각하고 있다고. 전 학교도 많이 못 나가는 사정이 있으니까 우선은 생각해보겠다고 했는데, 한 번 해보면 나중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더라고요. 리더십도 길러질 것 같고 전교 부회장이라는 자리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내적으로 쿨한 남자가 되고 싶어요”

학교 축제 사회도 본다면서요?
여진구:
축제 기획은 선생님들께서 해주시는데, 프로그램을 이끌고 진행하는 건 저랑 회장 친구가 하죠. 축제는 10월쯤에 해요.

혹시 추진해보고 싶은 축제 프로그램이 있어요?
여진구:
여장남자대회 한 번 해보고 싶어요. 하하.

직접 출연하려고요? (웃음)
여진구:
저는 아니고요, 친구들 중에서 몸매가 여자처럼 예쁜 애들이 있거든요. 친구들 분장해주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무조건 다 치마 입혀야 되고, 진한 아이라인과 가발도 필요해요. 최대한 여성스럽게!

본인이 참여해보고 싶은 이벤트는 없어요?
여진구:
생각 안 해봤어요. 아직까지는 친구들 놀리는 게 가장 재밌어요.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뭐에요?
여진구:
친구들은 걸 그룹에 관심이 많은데, 전 걸 그룹이 싫은 건 아닌데 그렇다고 되게 열광하는 편도 아니에요. 요즘엔 기타가 제일 좋아요. 그런데 기타를 치다 보니까 박자 감각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올해부터 ‘바이러스’라는 학교 밴드부에 들어가서 드럼을 배우고 있어요. 드럼을 치면 스트레스도 해소될 것 같고, 뭔가 드러머 하면 과격하고 파워풀한 사람 같다는 환상도 있었고요.

또래보다 빨리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되돌아보면 나에게도 사춘기 시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여진구:
물 흐르듯 지나온 것 같아요.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사춘기 때 엄마, 아빠랑 얘기도 안하고 밥도 안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전 안 그랬거든요. 어떻게든 부모님께 빌붙어야 (웃음) 밥도 먹을 수 있었고, 스케줄 때문에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니까 엄마, 아빠의 심기를 건드리면 좋을 게 없다는 걸 알았어요. 친구들이 “나 가출할까봐” 그러면 저는 “왜? 집이 제일 좋아. 마음껏 먹고 잘 수 있잖아”라고 말했어요.

그런 점에서 내가 또래 친구들보다 어른스럽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여진구:
친구들이 가끔 철없는 행동을 하면 부끄럽긴 해요. 갑자기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면 전 옆에서 호객행위를 해요. “저기 애들이 춤추고 있어요. 재밌으니까 가보세요.” 그리고 전 창피하니까 도망가고. 으하하하.

나중에 어떤 남자가 되고 싶어요?
여진구:
남들이 봤을 때 참 남자네, 이런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참 남자다운 아이구나 하는 느낌?

그렇게 보이기 위해 내 안에 뭘 더 채워야 할 것 같아요?
여진구:
외적으로는 키도 좀 크고 근육도 키워야 할 것 같고, 내적으로는 쿨해야 될 것 같아요.

본인이 생각하는 ‘쿨한’ 남자는 어떤 남자에요?
여진구:
섬세할 땐 섬세하되 소심해보이지 않고, 베풀 때는 한 없이 베풀어주는데 아낄 때는 아끼는 사람이요. 약간 대인배 같은 스타일이죠.

열여섯 살의 여진구는 어때요? 쿨한 편인가요?
여진구:
저는 지금 필요 이상으로 너무 베풀고 있어요. 하하. 요즘 친구들이 “진구야, 너 한 번 베풀 때 되지 않았니”라고 물어봐서 부담스러워요. 예전에 용돈이 생겨서 기분 좋게 친구들이랑 떡볶이를 먹고 제가 냈거든요. 근데 한 명이 내다보면 다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잖아요. 아… 사주질 말았어야 했는데. (웃음) 이제 좀 아껴야겠어요. 갑자기 확 끊을 순 없으니 점점 금액을 줄이려고요. ▣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열여섯의 자화상

February 28, 2012 | Source: allure

남자와 소년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자유롭게 부유하는, 성장통을 겪는 어느 날 무참히 부서진다 해도 툭툭 털고 일어나 크게 한번 웃으며 모두 없던 일로 만들어버릴 것 같은 여진구가 지금 여기에 있다.

블루종은 유니클로(Uniqlo).
재킷은 매그앤매그(MagnMag). 티셔츠는 필립 플랑 바이 톰 그레이하운드 다운스테어스(Philipp Plein by Tom Greyhound Downstairs).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여진구는 말이 없었다. 스태프들이 던지는 이야기에 가끔씩 웃었고 한마디씩 거들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바뀌는 옷과 머리 스타일에 좋다, 싫다는 내색이 없었다. 촬영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섰을 때, 그는 단단하고 다부진 몸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긴 두 눈을 감으며 나른하게 고개를 돌렸고 춥다는 듯 어깨를 움츠렸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조명의 빛과 그림자, 공기의 밀도와 바람의 방향이 그를 중심으로 흩어지고 모이고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했다.<해를 품은 달>에서 여진구는 천진한 미소와 기묘한 눈, 명백한 얼굴로 모든 것을 다 가졌으나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슬픈 왕을 연기했다. 짧은 시간 동안 여진구라는 이름을 각인시켰고 배우로서 존재감을 증명해 보였다. 그와 함께 울고 웃던 많은 사람이 그가 드라마를 떠나간 후에도 그가 남긴 대사처럼 여전히 그를 잊지 못했고, 그를 더 궁금해했다. 좀처럼 말이 없고 조심스럽던 촬영 때와는 달리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그는 영락없는 열여섯이다. 별것 아닌 이야기에 소리 내어 깔깔 웃었고 코타로 오시오의 ‘황혼’을 이야기할 때는 앞으로 쏟아질듯이 몸을 기울여 기타 치는 손을 만들어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듯한 표정을 하고서 말이다. “또래의 배우들, 그러니까 꽃미남으로 분류되는 그들과 ‘다른 어떤 것’이 있어요. 그게 뭔지 알아요?”라고 묻자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때의 얼굴마저 ‘다른 어떤 것’이었다는 걸 그는 알기나 하는 걸까. 남자와 소년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자유롭게 부유하는, 성장통을 겪는 어느 날 무참히 부서진다 해도 툭툭 털고 일어나 크게 한번 웃으며 모두 없던 일로 만들어버릴 것 같은 여진구가 지금 여기에 있다. 아직 채 다듬어지지 않은, 그러나 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완전할 수 있는 열여섯의 여진구가.

네가지 화보 콘셉트 중에 뭐가 제일 맘에 들었어요?
다 좋았어요. 느낌이 다 다르니까요.

드라마 끝나고 인터뷰 많이 했죠? 기자들이 자꾸 비슷한 질문을 하는게 지겹진 않아요?
같은 질문을 하긴 하지만 지겨울 만큼 인터뷰를 많이 하진 않았어요.

유정은 진구보다 수현이 좋다던데, 그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유정이 개인 취향이라 뭐라 말하긴 힘들지만 아마도 수현이 형이 안아줘서 그런 거 아닐까요?

세 명의 아역 배우 중에 누가 제일 좋은지 물어보라고 했어요.
얼굴형은 소현이가 예쁘고 성격은 지희가 좋고 유정이는 이목구비가 예뻐서 세 명을 섞으면 좋을 것 같아요. 한 명만 꼽는 건 너무 어려워요.

이래서 유정이 수현을 더 좋아하는 거예요. 말이 나왔으니 이상형을 안 물어볼 수 없네요.
귀여우면서 웃을 때 예쁜 사람. 제가 눈이 작아서인지 주위에서 눈 큰 여자와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연상도 괜찮다고 말해줄 거예요?
하하. 연상도 정말 괜찮아요. 대신 내가 밥을 사주고 뭔가를 선물해줘도 상대방이 죄책감이 들지 않을 정도의 나이 차이여야 할 것 같아요.

많은 누나가 그 부분에서 탈락할 것 같네요. 눈빛이 좋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죠?
<해를 품은 달> 촬영할 때 감독님도 그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이훤의 그것도 좋았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더 그렇네요. 이훤은 역시 잊을 수 없는 캐릭터였죠?
워낙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랑스러운 인물이라,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말로 ‘볼매’라고 하잖아요. 이 캐릭터가 가진 볼매를 어떻게 살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연우와 형선, 다른 사람들 앞에서의 모습을 다 다르게,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게 노력했어요.

마음먹은 것처럼 잘되던가요? 그렇지 않을 때는 어떻게 했나요?
감독님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감독님은 전체를 지휘하고 누구 보다도 작품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시는 분이니까요.

감독님이 어떤 조언을 해주던가요?
“내 생각은 이런데 너의 생각은 어떠니” 하고 제 생각을 많이 물어보셨어요. “너의 스타일과 혼을 보여주자”라고도 말씀하셨어요. 의견을 존중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하고 부담을 많이 느꼈어요. 촬영하면서도 ‘내가 잘하고 있는 거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걱정과는 달리 잘해냈어요.
기대한 것보다 시청률이 잘 나오고 반응이 좋아서 처음에는 좀 어리둥절 했어요. 기계의 오작동이거나 잘못 조사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다행히 아니었죠.

아역 방송분에 대한 반응이 대단했죠. 특히 훤과 연우의 장면은 그림처럼 예뻤어요.
가면을 벗고 대사를 하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감독님이 이제까지 제가 촬영한 장면은 이 장면을 위해 존재한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이 장면을 위해 연우를 만나고 이 장면을 위해 아버지와 싸웠고 울고 웃었으니 준비한 모든 걸 쏟아 부으라고요.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더라고요. 감독님이 제 표정을 읽었나봐요. “내가 더 쉽게 얘기 해줄게. 이건 완벽한 이벤트니까 누구든 너한테 빠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기를 해봐”라고 하셨어요. 훤의 애틋한 마음을 담아서 대사를 치고 문득 한번 웃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웃었더니 감독님이 “너 이거 나가면 누나들은 다 니꺼야”라고 말씀하셨죠.

정말 그렇게 되었네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연기하는 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런 감정에 익숙하지 않아서 사실 처음에는 좀 창피하기도 했어요. 감독님이 할마마마나 아버지 앞에서의 연기는 괜찮다고 하시는데 연우나 형선 앞에서의 연기는 좀 어색하다 하셨어요. 형선과는 코미디고 연우랑은 로맨스인데 역시 코미디와 로맨스는 어려운 것 같아요.

아픈 연우가 쫓겨날 때 너무 서럽게 울었잖아요. 정말 연우를 생각했던 거예요?
어렸을 때는 대본을 보기보단 다른 상상을 했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도 해보고요. 그런데 이번 작품만큼은 대본을 보고 훤과 연우의 감정에 빠졌어요. 대사를 하다 보면 기쁘고 슬픈 감정이 나도 모르게 불쑥 올라왔어요. 그 장면은 혼자서 대본 연습을 하면서도 울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슬퍼요.

재킷은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셔츠는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팬츠는 닥터 데님(Dr. Denim). 선글라스는 빅터앤롤프(Viktor&Rolf). 벨트는 프레드 페리(Fred Perry).

배우는 물론 스태프들도 고생이 많았을 것 같아요.
저는 왕이라 그나마 세트 촬영이 많았는데 연우랑 다른 배우들은 야외 촬영이 많아서 엄청 고생했어요. 스케줄 노트에 스태프분들은 ‘52박 53일’ 짐 싸서 오라고 적혀 있었어요. 쉬는 시간에는 세트 이쪽저쪽에서 주무시
고 계시고요. 그런 거 보면서 이분들에게 보답하는 방법은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겠구나 생각했어요.

어떤 부분에서 연기를 계속하고 싶은 거예요?
제 삶은 아니지만 진짜의 삶처럼 연기하는 거 잖아요.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볼 수 있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인 것 같아요.

오늘 개학했죠? 학교가 떠들썩했겠어요.
원래 안 그랬는데 오랜만에 학교에 갔더니 애들이 저를 연예인으로 보더라고요. 사인해달라는 친구도 있었고요. 좀 부끄러웠어요.

부모님은 어떤 말을 해주던가요?
좋아도 내색을 잘 안 하세요. 다른 분들이 잘했다 칭찬할 때 부모님은 잘 못한 부분에 대해 지적하시는 편인데 그게 연기에 많은 도움이 돼요.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실수가 많으니까요.

조금은 비뚤어져도 될 것 같은데 너무 바른 생활 소년인것 같아요.
애어른 같다는 말을 많이 듣긴해요.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엄하게 키우셨어요. 제가 이쪽 일을 하니까 일부러 더 그렇게 하신 것 같아요. 버르장머리 없게 말을 한다거나 잘못을 하면 바로 회초리를 드셨어요. 더 조심
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려고 노력해요.

전교 50등 안에 드는 엄친아라고 들었어요.
예전에는 전교 50등 하면 잘하는 거였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반 학생수가 30명 정도로 엄청 줄었거든요. 시험을 잘 보겠다는 다짐과 삼일 밤 정도만 새우면 받을 수 있는 성적이에요.

공부도 공부지만 운동 신경이 남다를 것 같아요.
체육만큼은 항상 전교 1등입니다. 하하. 특히 축구랑 수영을 좋아해요.

이제야 좀 16살 같네요. 또 뭐가 재미있어요?
기타를 치고 있어요. 요즘 좀 열심히 했더니 손에 굳은 살이 박혔어요. 독학하고 있는데 코드 잡아서 치는 거 말고 핑거 스타일로 연주하는 걸 연습하고 있어요.

그걸 혼자서 하고 있다고요?
기타 카페에 가입했는데 거기 악보랑 연주법이 자세하게 잘 나와 있더라고요. 물어보면 잘 알려주기도 하고요.

가장 먼저 마스터하고 싶은 곡은 뭐예요?
코타로 오시오의 ‘황혼’이라는 곡을 정말 좋아해요. 그 곡을 듣고 처음으로 기타를 쳐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마스터하는 곡으로는 난이도가 너무 높은 거 아녜요?
제가 여태까지 알고 있던 기타랑은 소리가 완전히 달랐어요. 기타 선율이 너무 아름다워서 푹 빠졌어요. 꼭 제대로 연주해보고 싶어요.

기타 연주곡을 좋아한다고 하니 음악적 취향도 궁금하네요.
감성적인 노래를 좋아해요.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인데 김동률 선배님 노래를 특히 좋아해요.

진구도 화날 때가 있겠죠?
자기 변명하는 걸 되게 싫어해요. 잘못을 했는데 인정 안 하고 변명할 때 화가 나요.

행복하게 하는 건 뭐예요?
잘 때 행복해요. 일찍 눈이 떠져서 더 잘 수 있을 때요. 축구 하다 골 넣었을 때도요. 1년에 한 번, 반 대항 축구를 하는데 그때 골 넣으면 정말 기분 좋죠. 작년에 두 골 넣었어요. 기분이 날아갈 거 같았어요.

축구까지 잘하다니. 진구를 흠모하는 이들로부터 익명의 문자가 많이 올 것 같아요.
몇 년 전까지는 휴대폰이 있었는데 거의 게임만 하니까 없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없앴어요. 3개월 동안은 답답했는데 이제는 편안해졌어요. 친구들과 약속 시간도 잘 지키게 되고 좀 더 부지런해진 것 같아요.

미성년자를 벗어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건 뭐예요?
친구들과 배낭여행 가고 싶어요. 운전 면허 따서 산 지 얼마 안 된 자동차를 몰면서 여행하고 싶어요. 유럽 여행도 가고 싶어요. 유럽 여행만큼은 혼자서 가고 싶어요.

배우 말고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요?
운동 선수가 되고 싶어요. 수영 선수나 축구 선수요. 악기를 다루는 뮤지션도 욕심이 나고 천문학을 연구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변호사나 의사 같은 건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로또에 당첨된다면 뭐 하고 싶어요?
저축을 해두었다가 어른이 되면 부모님 집을 사드리고, 남은 돈은 기부할 것 같아요.

동생에게는 어떤 형이에요?
다섯 살 차이 나는데 장난도 많이 치고 같이 놀고 그래요. 아무래도 다섯 살 터울이면 형이 무서워질 수도 있잖아요. 형제끼리 그러는 게 싫어서 친구 같은 형이 되려고 노력해요. 사실 동생한테 미안한 게 많아요. 어렸
을 때부터 연기를 하는 바람에 엄마가 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외로움을 많이 타요. 제가 더 잘해주고 챙겨줘야죠.

진구에게는 참 다양한 모습이 있네요. 또 어떤 진구가 있나요?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완전 말썽꾸러기예요. 까불고 놀리는 것도 좋아하고요. 제일 좋아하는 건 친구들 모아서 ‘몰래카메라’ 하는 거예요. 친구들 속이는 건 끊을 수가 없어요. 되게 신나요. 그러다가 한번은 저도 된통 당
했어요. 남자 애들한테는 장난도 많이 치고 하는데 여자 애들한테는 좀 어려워요. 남자보다 약하고 작아서인지 뭔가 지켜줘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아, 역시 치명적이네요.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팬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응원해주시는 글을 보면 힘이 나요. 트위터 멘션도 다 보고 있어요. 사람들이 정말 다 보는 거 맞냐고 궁금해하는데 다 보고 있어요. 답변은 못 드리지만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유명한 배우보다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를 잘 모르더라도 제 연기를 본 사람들이 ‘저 역할은 여진구가 해야 돼’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배우 말이에요.

유명하기도 하고 연기도 잘하는 그런 배우가 되면 되겠네요.
하하. 그럼 제일 좋죠.

셔츠는 질 스튜어트 뉴욕(Jill Stuart New York). 재킷은 마크 제이콥스. 안경은 알로(Alo).
스웨터는 꼼데가르송 플레이(Comme des Garcons Play). 셔츠는 보스 오렌지(Boss Orange).

CREDIT
에디터 조소영
포토그 래퍼유영규
스타일리스트 김봉법
헤어& 메이크업 성지안 (Chai&Jiahn)
출처 ALLURE website

여진구│리틀 자이언트

July 6, 2010 | Source: 10 Asia

생각보다 작고 어려서 놀랐다고 한다면 열네 살 소년에게 실례가 되는 말일까? 하지만 실제로 본 여진구는 그랬다. 또래에 비해 왜소하거나 유별난 동안이라는 뜻은 아니다. 시장 구두닦이 패거리에게 구두통을 뺏기고 잔뜩 두들겨 맞고서도 “엄마 아부지 다 죽고 내 형 동생들 다 잃어버렸어. 더 이상 잃을 것도 다칠 것도 없어”라고 내뱉듯 말하고 다시 그들을 찾아가던 SBS <자이언트> 이강모의 거친 눈빛을, 장난스럽게 풍선껌을 불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잡는 소년에게서 쉬이 찾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 놀라움은 ‘남자’보단 ‘아이’에 방점이 찍히는 이 남자아이가 드라마 속 수라장 같은 시장바닥에서 주먹을 휘두르며 생존의 만만찮음을 드러낸 것에 대한, 그 과정에서 문득문득 ‘남자’의 눈을 보여줬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에 다름 아닐 것이다.

“주인공 아역을 하면 사건이 많아서 아들보단 더 재밌더라고요”

“제가 여태 맡은 역이 약한 역은 아니었잖아요.” 정말 그랬다. SBS <일지매>에서는 왕이 보낸 자객에게 아버지를 잃고 신분을 숨긴 채 도망치는 왕가의 자손이었고, SBS <자명고>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계모와 엄한 아버지 때문에 외로운 왕자였다. 가족과 돈과 집을 모두 잃고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잃어버린 <자이언트>의 강모를 여진구의 얼굴을 통해 만난 건 그래서 익숙한 일이다. 그리고 그 익숙함 때문에 학교 친구들의 아부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열네 살 여진구는 낯설다. “제가 좀 기분파인 게 있어서 그걸 억제하려고 하는데 친구들이 이미 알아채서 일부러 칭찬해주고 그래요. ‘어제 드라마에서 너 우는 거 보고 나도 울었다’고. 그걸 제 몸 안에서 통역하면 결국 뭘 사달라는 얘긴데, 속이 다 보이는데도 결국 아이스크림을 사주게 되요.” 스스로도 말하며 웃긴지 멋쩍은 미소를 짓는 얼굴을 보면 브라운관 안에서 나이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을 보여주는 것보다 나이 그대로의 해맑음을 숨기는 게 더 어려울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어려운 걸 여진구는 해낸다. 학생이나 미성년자보다 배우라는 말이 그를 설명하기에 가장 좋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이제야 2차 성징의 징후가 희미하게 드러나는 성장기의 몸처럼 자신의 일에 대한 여진구의 생각도 아주 또렷한 형태를 이루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태도다. 자기 나이대의 캐릭터로 꾸준히 나오는 것보단 누군가의 아역인 게 좋은 이유에 대해 “어… 아역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홈드라마의) 아들 하니까 되게… 뭐라 그래야 하지? 좀… 별로… 뭐라 그래야 되지?”라며 미간을 모으며 골똘히 생각하다 “아, 아들로 하면 주로 사건이 엄마 아빠 위주인데 주인공 아역을 하면 아역 사건이 많아서 아들보단 더 재밌더라고요”라고 또박또박 말하며 어려운 수학문제를 푼 듯한 표정을 지을 때, 이 일에 대한 소년의 제법 진지한 마음가짐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연기, 즐거운 십대의 일상

하지만 ‘마의 16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어후, 나 열네 살인데 어떡해? 관리해야겠다”고 말하는 이 명랑한 사춘기 소년이 배우라서 참 좋아 보이는 건, 역시 그가 이 일을 즐기기 때문일 것이다. “연기를 할 땐 연기자가 되고 싶고, 축구 경기를 볼 땐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던”, 하지만 이젠 “밤샘 촬영도 재밌더라고요. 연기는 할수록 재미있구나 싶어서 연기자를 계속해보려고요”라 말하는 이 소년에게 연기는 친구들과의 농구 시합처럼, 즐거운 십대 중반의 일상에 가까워 보인다. 그 일상이 이어지고 이어져 더는 여진구가 작고 어리게 느껴지지 않을 때에도, 여전히 그는 배우일까. 욕심은 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우선은 수많은 가능성을 품은 열네 살 소년을 위해 한 가지만을 바라도록 하자. 앞으로도 지금처럼 현재를 즐기며 웃을 수 있기를. ▣

글. 위근우 eight@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My name is… Yeo Jin Goo

electric ground

Is it wrong to describe a 13-year old boy as sexy? But that’s exactly how I would describe the eyes of child actor Yeo Jin Goo playing the role of young Lee Gangmo in the SBS drama series Giant earlier this year.

When I first saw him in A Frozen Flower and Iljimae, despite thinking him to be quite talented, he failed to stand out to me among all the other child actors out there. (I mean, honestly, most child actors are very good, and sadly, at times even better than their adult counterparts.) But it was in his performance as Lee Gangmo that Yeo Jin Goo truly captured my attention. I wondered to myself how someone could possess and express such sadness in his eyes at such a young 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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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구 | My Name Is …

July 6, 2010 | Source: 10 Asia
여진구│My name is…

My name is 여진구(呂珍九). 아홉 개의 보배라는 뜻이라기에 왜 열 개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나머지 한 개는 살아가면서 찾으라고 하셨어요. (어머니 : 사실 ‘구’자가 돌림이에요)

태어난 날은 1997년 8월 13일. 올해 열네 살이고, SBS <자이언트>의 강모처럼 저도 중학교 1학년이에요.

저보다 다섯 살 어린 남동생이 있어요. 제 앞에서는 안 그러는데 친구들 앞에서는 저에 대한 자랑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연기나 TV 나오는 거에 대해선 부러워하지 않아요. 너 연기 할래? 이러면, 난 싫어, 난 싫어, 이러고. 저보다 더 쑥스러움을 많이 타요.

<자이언트>에서 제가 연탄으로 소태 형(서지원) 머리를 때리는 신이 있는데 찍기 전에 몇 번씩 머리를 맞히는 시늉을 하며 연습했어요. 무술팀 형들도 다치면 안 되니까 정확히 타이밍을 맞추라고 해서 소태 형이 고개를 돌릴 때 뒤통수가 아닌 머리 옆쪽을 연탄으로 때렸는데 몇 번 NG가 났어요. 연탄 부수고 털고 형 좀 쉬고, 다시 연탄 부수고 털고 형 좀 쉬고. 한두 번도 아니고 그렇게 몇 번 맞으니까 아파서 형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안 돌리고 피한 거예요. 그러다 카메라 감독님한테 혼났어요.

(남)지현이 누나한테 장난으로 몇 번씩 선배라고 부른 적이 있어요. 저도 작품을 적게 한 건 아닌데 지현이 누나는 저보다 오래 했기에 “어, 선배 왔어요?” 이렇게 말을 걸고 그랬어요. 누나가 하지 말라고 해서 “응, 알았어” 하면서 그냥 편하게 말을 놓고 있어요.

여태 아역을 맡았던 선배 배우 중 가장 닮고 싶은 건…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면 <쌍화점>의 조인성 형이 제일 되고 싶은데, 만나 보니 좀 많이 다르더라고요. 커서 실제로는 <자이언트>의 이범수 아저씨 닮을 거 같아요.

지금 키는 162㎝ 정도예요. 목표 키는 184㎝고요. 키 크려고 우유를 하루에 1000~2000㎖ 정도 마시고 있어요. 줄넘기도 하는데 개수보다는 점프 위주로, 축구보다는 농구를, 농구 하면서서도 드리블보다는 점프슛 위주로 하려고 해요.

수영을 해서 그런지 하체가 조금 굵은 편이에요. (어머니 : 심하게 굵어) 심하게 굵어요. 어렸을 때 2년 정도 배웠는데 SBS <태양을 삼켜라> 수중 신 같은 곳에서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연기를 위해 악기를 배우고 싶어요. 피아노나 드럼, 기타 같은 걸로. 피아노는 항상 제대로 배우려고 하는데 배우려고 하면 작품이 걸리고, 작품 끝나서 다시 제대로 배우려고 하면 또 작품이 걸려서 배우지 못하고 있어요. <자이언트>에서 정연이가 피아노 치는 장면은 지현이 누나가 직접 친 건데 완전 손가락이 안 보이는 거예요. 너무 빠르게 움직여서.

컴퓨터 게임을 하면 이상하게 머리가 어지러워서 그냥 친구들이랑 공놀이 하는 걸 좋아해요. 초등학교 때에는 학교에 농구 골대가 없어서 축구 위주로 했는데 중학교 올라오니까 농구 골대가 있어서 친구들이랑 점심시간에 농구를 많이 하고 있어요. 사실 키를 위해서라도 슛 위주로 해야 하는데 실제로 게임에서는 드리블 위주로 하게 되요. 키 큰 애들은 골대 밑에 가 있고 저 같은 애들은 공 뺏어서 패스하고 이런 걸 많이 하죠. 그런데 제가 드리블로 애들을 따돌리고서 직접 슛을 했다가 실패하면 키 큰 애들이 “야, 왜 패스 안 해?” 이러고, 저는 “아, 미안해” 이러면서 가고. (웃음)

중학교가 초등학교보다 재밌는 거 같아요. 초등학교는 담임선생님 한 분하고만 공부하는데 중학교는 여러 선생님과 수업을 하잖아요. 그것도 좋고, 애들도 여러 초등학교에서 모여서 더 재밌고. 남녀공학에 남녀합반인데 우리끼린 그냥 남자 중학교라고 할 정도로 편하게 지내요. 보면 여자애들이 더 쿨한 거 같아요. 남자애들은 만약에 툭 치면 똑같이 툭 쳐줘야 하는데, 여자애들은 툭 치면 “다음엔 그러지 마” 하면서 그냥 가더라고요. 쿨해요.

학습 진도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아서 현장에서 계속 공부를 해야 해요. 선생님께서 수업 중에 나눠주는 프린트 같은 것도 친구들에게 챙겨달라고 부탁하고요. 그러다 오랜만에 학교 가면 책상 안에 프린트가 수북하게 쌓여 있어요. 그래서 친구한테 고맙다고 하면 계속 제 주위를 맴돌더라고요. 맨 처음에는 왜 그런지 몰랐는데 뭔가를 바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수업 끝나고 가면서 빵이나 아이스크림을 사주곤 하죠.

용돈은 어머니에게 그때그때 필요할 때 받고 있어요. (어머니 : 집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같이 계셔서 암암리에 받을 거란 생각에 정기적으로는 용돈을 주지 않아요) 진짜 없어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몰래 가서 용돈 주시면 안 되냐고 하면 엄마한테 달라고 그러라고 하세요. 가끔 주시면 5000원 정도?

<자명고>에 같이 나왔던 (진)지희 같은 경우에는 스스로 대본을 굉장히 많이 보는 타입이에요. 연습도 굉장히 열심히 하고. 그래서 보면 정말 타고난 연기자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지현이 누나 같은 경우엔 갑자기 정연이 정말 앞에 와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럼 너무 리얼해서 소름이 돋아요.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제 뺨을 때릴 때 너무 무서웠어요. 눈이 아주… 귀신보다 더 무서워서 “누나 살살해”라고 부탁했어요.

월드컵 경기는 새벽 3시 30분에 하는 경기가 아니면 부모님이 다 보게 해주셨어요. 한국 대 나이지리아 경기는 새벽에 했지만 겨우 허락을 받고 보려고 했는데 새벽 2시에 잠들어버렸어요. 그 외에 보고 싶은 경기는 거의 다 본 거 같아요. 북한 대 브라질 경기는 아예 하는지 모르고 있다가 놓쳐서 아쉬워요. 정대세 선수가 울었다고 하는데 왜 울었는지도 궁금하고.

어른이 됐을 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건 운전면허를 따는 거예요. 현장 오갈 때, 엄마가 졸음 참으면서 운전하는 거 보면 너무 힘들어 보여요. 나중에 면허를 따면 엄마는 집에서 쉬고 저랑 매니저가 차를 몰면 될 거 같아요. 따로 몰고 싶은 차는 아직 없어요. 멋있는 차를 보면 몰고 싶다기보다 그냥 부러워요. 람보르기니 이런 차가 멋있는 거 같아요. 몰랐는데 되게 비싸더라고요. 인터넷으로 찾아봤다가 가격 보고 깜짝 놀라서 “와, 돈 많이 벌어야겠다” 이러고.

군대는… 제가 다 커도 군대는 있겠죠? 아… 가야 되겠네. 그래도 어차피 갈 거면 현역으로 육군을 가겠어요. ▣

글. 위근우 eight@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Sad Movie’ Yum Jung-Ah’s Partner Role Given to Child Actor Yeo Jin-Goo

Yum Jung-ah’s New Partner Breaks Through 150:1 Competition

August 8, 2005 | Source: movist | Translation: Seɭeɳα

In the highly anticipated film ‘Sad Movie’ (produced by iFilm), which has attracted a lot of attention with its star-studded cast, following Jung Woo-sung, Lim Soo-jung, Cha Tae-hyun, Son Tae-young, Shin Min-ah, and Lee Ki-woo, the rookie actor who will join Yum Jung-ah in portraying a poignant moment of parting has been chosen, and the filming is currently in full swing.

The lucky individual who will be starring alongside the top stars of Korea in ‘Sad Movie’ is a newcomer child actor named Yeo Jin-goo, who is currently in the second grade at Guam Elementary School. Despite having no prior acting experience, this young actor received the director’s full support with comments like “untainted innocence and mischievous image” during an audition he participated in by chance. Breaking through an astonishing competition rate of 150:1 and three rounds of auditions, he proudly joined the cast as the lead.

Yeo Jin-goo’s role is Yum Jung-ah’s second-grade elementary school son, ‘Park Hwi-chan’, who gives his busy mother a hard time with his mischievous lies in his diary, but deep down, he’s a child who only thinks of his mother.

‘Sad Movie’, which captures various sad but beautiful separations people encounter in life, has completed about 90% of the filming and is scheduled to meet the audience in breezy October. ▣